현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슈를 실무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여느 교통 수단과 마찬가지로 도시/광역철도망 계획에서도 이동성과 접근성은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는 요소이다. 우리나라 수도권 광역철도는 접근성은 광역버스에 밀리는 대신 상대적으로 우수한 이동성과 정시성을 바탕으로 서울과 주변 도시들을 효율적으로 이어주는 역할을 잘 수행해 왔다. 그러나 단기간에 방대한 노선망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의 급격한 확장 속도를 따라가지는 못하였고, 근래에는 도시철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의 광역철도 노선들만으로는 권역 내 장거리 이동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인식과 함께 광역급행철도 계획이 수립, 실행되어 왔다.
공식적으로는 GTX-A선이 그러한 전환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다. GTX-A선 서울역의 일평균 승하차량은 작년 1월에는 27,000명을 넘는 수준이었지만 같은 해 11월 45,000명을 돌파했고, 이는 올해 하반기에 개통될 서울 시내 서울역-수서 구간 없이 기록한 성적이다. 잠실, 강남, 홍대와 같은 최상위권 환승역들의 일평균 승하차량이 20만명선임을 감안하면, 반쪽짜리 단독 노선으로서 결코 적지 않은 수치다. (환승객이 중복 산정되긴 했지만 GTX로 인해 서울역 일평균 승하차량은 무려 25만명을 기록했다!) 이렇게 빠르게 이용객이 늘어난 것은 아무래도 수도권의 광범위한 확장과 함께 사람들의 이동 거리가 길어지고, 그만큼 권역 내를 신속하게 이어주는 중장거리 수단에 대한 갈증이 커졌던 탓일 것이다. 지방에서도 BuTX, CTX와 같은 구상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도 대도시권의 광역급행철도의 필요성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런던의 엘리자베스선이 일평균 이용객 80만명을 기록하고 있고, 런던권 이용객 최상위 철도역들 중 대다수가 이 노선의 정차역이라는 점, 이미 개통된 지 오래인 파리의 RER A선 역시 일일 130만명으로 비아시아권 최다 수준에 이른다는 점을 보면 우리의 상황이 특수한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GTX-A선의 개통 이전에도 이러한 현상은 이미 있어 왔다. 김포 골드라인이 개통 직후부터 혼잡했던 이유는 갑작스레 이용객들이 짠 하고 나타나서가 아니라 광역버스나 여타 도로교통 수단을 이용하던 사람들이 철도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김포 골드라인의 선형이 곧고, 역간 이동거리가 길기 때문에 실질적인 광역급행철도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뒤늦게 혼잡 해소를 위해 서울 5호선을 연장해서 검단을 거쳐 김포로 이어주자는 계획을 하고 있으나 과도한 우회로 인해 이용이 저조한 3호선 일산 구간처럼 될 가능성이 높다. 9호선 급행과 일반 열차의 풍경이 다르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 우수한 이동성이 철도 노선 경쟁력의 핵심이 되어 왔고, 그렇게 때문에 김포 골드라인을 포기하고 느린 5호선을 택하는 경우도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점을 충분히 감안하지 못하고 경전철과 중전철의 역할이 뒤바뀌어버린 점이 상당히 아쉽다.
공항철도 역시 공항 접근 목적을 넘어서서 높은 표정속도로 중심지들을 연결하는 광역급행철도의 역할을 하게되면서 수송 실적이 크게 올랐다. 최근 큰 비용을 들여 고사양 열차들을 도입하고 있는데, 이들이 공항철도의 신속성을 더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머지 않은 미래에 새로운 광역급행철도 노선들도 생길 예정이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GTX-B선이 실착공을 하였고, 그 난관들을 아직 모두 넘어서지는 못한 GTX-C선도 이래저래 수년 내에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몇 달 전에는 서부권 광역급행철도가 예타를 통과하였다는 소식도 있었다. 이와 같이 노선망이 촘촘해질수록 철도 노선이 커버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고 그에 따라 급행 철도의 약점이었던 접근성 문제도 점차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치솟고 있는 건설, 유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자재비 상승, 인건비 인상, 노선 확장 등 많은 요소들이 대중교통 서비스를 늘리고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지출의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사람들의 기준이 점차 높아지고 개인 자율주행, 수요대응형 수단 등 소용량 모빌리티 서비스가 발전할수록, 전통적인 고용량 대중교통 수단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빽빽하게 사람들을 많이 채워넣는지로 성패를 논하던 과거의 평가 기준으로부터, 앞으로는 얼마나 편리하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지로 옮겨가게 될 것이다. 이는 서비스의 질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하는, 한층 어려운 스탠다드를 안고 가야 함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광역급행 노선들을 갖추고 운영해 나가기 위해서는 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현행 예타에서의 경제적 타당성인 B/C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지속 가능한 운영이 될 수 있도록 요금 체계를 윗분들이 지탄받을 용기와 각오를 가지고 적정화시키는 것이 우선되어야 운영 기관들의 부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KTX와 SRT의 통합 후 요금 인하를 검토한다는 소식을 보니 이것 역시 기대하기가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만, 국민들의 소득 수준은 급행 서비스에 대한 프리미엄을 부담할 수 있을 만큼 올라 있는데 반해 (아마도 표를 잃을 수 없기 때문에) 요금 인상이 억제되고 있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윗분들만의 탓일까. 계획가들이 수요 예측에 대한 자신감과 정확성이 높지 않다는 점, 한물 간 분석 방법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도 한몫한다. 이를 너무나 잘 반영하고 있는 기재부 예타 비용-편익 산정 목적함수를 손볼 때가 되었다는 말들은 많지만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면 다들 시큰둥한 것이 아직 영 멀었나 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 모두가 대중교통에 대한 비용을 애써 무시해왔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서울 대중교통 시스템이 세계적으로 훌륭하다고 자부하면서도 왜 유럽과 미국에 비해 저렴한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다. 우리보다 더 빠르게 철도망을 넓혀가는 중국을 보면서는 그러다 나중에 그 운영비 어떻게 떠안냐고 걱정 아닌 걱정을 해 준다. 대중교통이 반드시 흑자를 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지속 불가능한 구조를 그대로 둔다면 고단한 삶을 버티는 시민들의 삶의 질을 지탱할 빠른 교통망을 제때 갖추는 일은 불가능해진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인구절벽이 더 깊어지기 전에 필요한 대응 기회를 스스로 놓치게 될 것이다.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월클 대중교통망을 구축하고 운영한다는 것은 엄청나게 비싼 것이고, 그리고 이제는 그 비용을 더이상 백안시할 수는 없다는 것을.
북미 서부 경전철 시스템의 특징
20세기 초·중반 노면전차가 사라진 이후 북미 서부 도시들은 낮은 밀도와 자가용 중심의 교통 환경 속에서 도시철도 확충이 더디게 진행되었다. 최근 교통 혼잡 완화와 환경정책 강화 등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면서 도시철도 투자가 확대되고 있으나, 높은 건설 비용, 부지 확보의 제약, 고착화된 교통 행태 등으로 인해 수송력이 높은 중전철보다 비용 대비 효율이 높은 경전철 방식이 주요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로스앤젤레스의 6개 도시철도 노선 중 4개가 경전철이며, 시애틀, 포틀랜드, 샌디에이고 역시 경전철 노선들이 도시 대중교통의 간선축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북미 서부의 경전철은 도심에서는 노면전차와 유사하게, 교외에서는 광역철도처럼 운행하는 하이브리드형 특징을 갖는 경우가 많다. 샌디에이고 트롤리(Trolley)는 그 대표적 사례로, 노면전차와 광역전철의 기능을 결합한 운영 방식을 통해 지역 교통체계를 지탱해 왔다.
본 글에서는 샌디에이고 트롤리의 주력 노선인 블루 라인(Blue Line)의 특징과 역할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경전철 및 트램 시스템을 확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샌디에이고 트롤리 블루 라인
일반적으로 트롤리는 전차선을 통해 동력을 공급받는 트롤리버스를 가리키지만, 샌디에이고 트롤리는 도시철도 역할을 수행하는 경전철 시스템을 의미한다. 1981년 개통 이후 현재 다섯 개의 노선이 운영 중이며, 샌디에이고 도심 및 인접 지역을 연결한다. 샌디에이고 트롤리는 도심 구간에서는 차량과 도로를 공용하면서 신호 시스템을 공유하기도 하는 반면, 교외 구간에서는 전용 선로를 이용해 주요 지점을 빠르게 연결하며, 차량은 최대 시속 55마일(89km/h)로 운행이 가능하다.
특히 가장 이용객이 많은 블루 라인은 도시의 주요 교통 축인 주간 고속도로 5호선(Interstate 5)을 따라 남북으로 놓여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상습 정체를 피해 효율적으로 도시를 연결한다.
우선, 중심부인 다운타운 샌디에이고에서는 다른 노선들과 노면 상의 선로를 공유하며 도심의 주요 지점들을 관통한다.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린 대신 노면전차로서의 우수한 접근성으로 도심 업무 지구를 편리하게 연결해 준다.
다운타운 북쪽으로는 전용 선로를 이용하다가 고가 구간이자 최근에 개통한 UC 샌디에이고 캠퍼스타운 지역으로 이어지며, 남쪽으로는 역시 지상의 전용 선로를 통해 멕시코와의 접경지인 샌이시드로(San Ysidro)까지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전용 선로 구간의 경우 비교적 빠른 속도로 주행이 가능하며, 약 90km/h에 달하는 최고 운행 속도는 우리나라 도시철도 중전철 노선들의 일반적인 최고 영업 속도(80km/h)를 상회한다. 이는 고규격의 교외 구간 설계와 더불어 유럽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트램트레인을 목적으로 생산된 차량을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단일 경전철 노선의 다양한 기능
블루 라인의 남쪽 종착역인 샌이시드로역은 미국-멕시코 국경을 도보 및 차량으로 통과할 수 있는 샌이시드로 Port of Entry에 위치하고 있다. 미국 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샌이시드로 국경은 일평균 25만여 명이 이용하였으며, 이는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국경에 이어 세계 두 번째 수준의 지상 국경 통과량이다. 특히, 이곳은 매일 통근, 업무 목적으로 양국을 오가는 물류 및 서비스 종사자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미국의 대도시와 맞닿은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국경 너머의 멕시코 티후아나(Tijuana) 역시 멕시코 북부 최대 도시로 성장하여 샌디에이고와 함께 하나의 초국경 대도시권을 형성하고 있다.
샌이시드로 국경은 차량으로 통과할 경우 극심한 정체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도보로 통과한 후 블루 라인을 이용하여 샌디에이고 도심으로 향하는 사람들도 많다. 또한, 도심에서는 통근열차인 코스터(Coaster)와 지역 간 철도인 암트랙(Amtrak)으로도 환승이 가능하여 장거리 수단으로의 연계도 이루어진다. 실제로 샌디에이고 광역 대중교통 시스템(Metropolitan Transit System, MTS)의 2025년 봄 주중 일평균 이용객 자료에 따르면 샌이시드로역이 도심지에 위치하지 않은 단일 노선의 종착역임에도 불구하고 승차량이 13,372명으로 전체 60여 개의 트롤리 역 중 두 번째로 높았으며, 이는 1위이자 도심의 3개 노선 환승역인 12번가/임페리얼가(12th & Imperial)의 13,545명과도 근소한 차이이다.
이에 따라 샌디에이고 대도시권의 교통 계획을 담당하는 샌디에이고 지역 정부 연합(San Diego Association of Governments, SANDAG)은 블루 라인을 국경 너머 티후아나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행정적으로는 국제철도 노선이 되는 셈이지만, 실질적인 목적은 이러한 경계에 구애받지 않고 연담화된 대도시권을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 짧은 구간 연장과 1개 정거장 신설을 통해 이동 수요가 집중된 교통축을 보완하고, 편리한 통근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SANDAG에서는 이 사업을 통해 이용객의 편의성 향상뿐만 아니라 국경의 혼잡을 완화함으로써 얻는 경제적 효과와 배기가스 감축 등 환경 효과 역시 기대하고 있다.
국내 도시철도망 계획에 주는 시사점
우리나라 대도시에서 노면전차와 경전철은 대체로 중전철로는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는 노선의 저비용 대안으로 선택되어 왔다. 폐지된 서울 지하철 12호선 구간이 동북선 경전철로 대체되어 건설되고 있는 사례를 비롯해, 부산, 인천, 대구, 김포 등지의 경전철 노선들 역시 중전철로 건설하는 안보다 비용 대비 편익(B/C)이 높다는 이유로 결정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샌디에이고 사례에서 보듯 경전철이나 노면전차를 단순히 저렴하고 규모가 작고 느린 도시철도로만 볼 것이 아니라 시간적, 공간적 조건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합리적 선택지로서 평가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고속 운행이 가능한 교외 구간이나 기존선 공용 구간을 포함한다면, 일부 구간이 노면을 공용하더라도 고규격 차량을 도입하여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국내 사례 중에서는 기존 철도 선로인 진해선을 공용하면서 창원시 내의 구 마산, 창원, 진해 시가지를 연결하는 창원 도시철도,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도시철도망 후보 노선에는 제외되었지만 경인고속도로 구간을 따라 구상되었던 인천 트램 등이 이러한 접근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는 도시철도 노선의 역할에 대한 경직된 구분과 수단별 규격의 획일화로 인해 노선별 대안의 수립에 다양성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차량, 선형, 규격 등 노선의 운행 성능(performance)을 강화하기보다 비용 절감을 통한 경제성 확보에 무게를 두는 현행 도시철도 계획 및 운영 평가 체계에서는 이러한 유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또한, 낮은 운임 체계와 대조적으로 지하 건설에 대한 요구가 높다는 점은, 이미 과도한 건설 부채와 운영 적자에 직면한 지자체와 공공기관들의 상황을 고려할 때 신규 노선들의 운행 성능 향상에 집중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향후 자율주행화 등으로 개인 및 소형 차량들의 편의성과 접근성이 향상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도로 교통량 증가에 따른 정체와 에너지 소비 문제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대중교통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며, 특히 전용 궤도를 이용할 수 있는 도시철도가 도심에서는 높은 접근성을, 저밀 교외 구간에서는 충분한 속도와 직결성을 확보하는 것이 수단 간 경쟁에서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따라서, 교외화가 진행되는 도시들의 도시철도 계획은 단순히 건설 비용 최소화와 타당성 확보에 치우칠 것이 아니라, 각 노선이 해당 도시권의 교통 시스템에서 수행해야 할 기능과 연선의 공간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차량, 시설, 선형 등 전반적인 성능을 적정 수준 이상으로 갖추도록 신중히 수립될 필요가 있다. 이는 도시철도가 미래에도 효율적인 친환경 수단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전략적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운전대를 잡을 필요가 없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정신없이 진보하는 기술과 그것을 열심히 쫓아가면서도 관성이 묻어나는 사람들의 행태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변화이기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관점의 예측이 존재한다. 교통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자율주행차의 기술적 측면보다 사람의 통행 행태의 관점에서 자율주행 시대가 가져올 도로의 모습을 그려보곤 한다. 그동안 자율주행차의 가장 대중적인 이슈는 인간의 손을 벗어나서 기계의 완벽하지 않은 계산에 맡기게 되는 불안함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인간이 엘리베이터를 타기 시작하면서 이미 자율주행의 시대는 시작한 거라 보고 있지만, 도로 위의 불확실성은 그런 짧은 수직 도르래에 비해 몇 차원 높은 문제이기에 마음을 놓기가 쉽지 않다. 문제는 그 뿐일까? 자율주행이 가져다 줄 수많은 편리함을 포기할 수는 없더라도, 이러한 중요한 안전 문제뿐만 아니라 대비해야 할 다른 것들도 있다.
자율주행 시대를 장밋빛으로 조망하는 여러 미디어나 칼럼에서는 자율주행차의 보급으로 사라지게 하거나 감소시킬 요소로 차량의 소유, 교통사고, 신호등, 비효율 운전, 그리고 교통량(혹은 통행량)을 들고 있다.
"자율자동차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것이고, 그뿐만 아니라 전기로 움직이는 친환경 자동차이기 때문에 청정 전력망이 구축된 지역에서는 유해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이 감소할 것이다. 스마트한 내비게이션, 차량 간 거리 감소, 혼잡통행료 부과 지역 설정 등으로 교통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 이코노미스트(뉴스페퍼민트 번역)
"고속도로가 정체되는 원인은 크게 4가지로 요약된다. ▲얌체운전, ▲교통신호, ▲교통사고, ▲교통량이다. 자율주행차는 이 4대 원인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 시대에 카셰어링, 자율주행 셔틀이 대중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차를 구입하는 대신 그때 그때 빌려쓰는 것이다. 목적지 주변까지 기차·비행기·버스 등 교통수단으로 이동하고, 그 지역에서 카셰어링이나 자율주행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문화가 바뀔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이는 고속도로 전체 통행량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 아시아경제
차량의 소유 의사는 개인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굳이 차량을 구매하지 않아도 어딘가에 있는 차량을 불러서 쉽게 이동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나온 이야기인듯 하고, 교통사고와 신호등, 얌체 운전은 그야말로 사람이 아닌 기계의 제어가 됨으로써 기술적으로 구현되는 결과로서 나타나는 것이니 의문의 여지가 적다. 과연 그렇다면, 자율주행이 보편화되면 교통량도 감소할 것인가?
우선, 교통량과 통행량을 구분하여 정의할 필요가 있다. 통행량은 일반적으로 개인에 초점을 맞추어서 한 사람의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이동하는 통행의 양을 의미하는 반면, 교통량은 한 지점을 통과한 차량의 양을 일컫는다. 총 통행량은 통행이 편리해질 수록 당연하게 증가한다. 집 앞에 백화점이 생기면 안 갈 쇼핑도 한 번쯤 더 가게 되고, 급행 지하철이 개통하면 조금 멀리까지도 약속을 잡을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자율주행 시대가 됨으로써 도로가 좀 덜 막힐까 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여기서는 통행량이 아닌 교통량을 가지고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신호등도 필요 없고, 군집 주행도 가능하다는 말은 도로에서 차가 더 밀도있게 달릴 수 있고 항상 녹색불이 켜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동일한 교통량에서 도로는 지금보다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질 것이다. 경제 용어로 간단히 하자면, 고정된 수요에서 공급이 늘면 당연히 가격(정체에 의한 통행 비용)은 하락하는 것이다. 하지만 수요가 고정되었다는 전제가 틀렸기 때문에 이러한 단순한 계산은 맞지 않다. 수단 분담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도시에는 자가용뿐만 아니라 통행의 효율을 높여주는 다양한 대중교통 수단이 존재한다. 버스와 같은, 일반 자동차들과 도로를 공유하는 것도 있고, 큰 도시에는 아예 도로를 벗어나 도로 용량에 구애받지 않고 독립적인 궤도로 주행하는 도시철도(지하철)도 있다. 이들은 도시가 커짐에 따라 자동차로 넘쳐나는 도로의 혼잡을 완화해 준다. 내가 통행하려는 경로에 대중교통 노선만 갖추어져 있다면 나는 자가용을 포함한 가능한 여러 수단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사람에 따라 기준은 다르지만, 얼마나 빨리 가는지, 요금이 저렴한지, 편하게 갈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해서 최종 결정을 내린다. 즉, 자신의 효용을 최대화 할 수 있는 대안을 선택하는데, 이러한 효용 최대화의 관점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도로는 효용을 기준으로 한 선택들이 평형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도로의 용량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자가용과 버스, 지하철을 각각 이용하는 정도가 서로의 효용에 영향을 미친다. 쉽게 이야기 해서, 자가용이 늘어나면 도로가 더 막히게 될 것이고, 그렇게 늘어난 막힘을 가장 못 견디는 누군가가 버스나 지하철로 옮겨가게 된다는 것이다.
"아, 길이 막히겠네. 아무래도 지하철을 타야겠어." "길 위에 갇힐 바에 중앙차로로 달리는 버스를 타는게 낫겠군." - 우리가 흔히 하는 생각
그렇다면 자율주행 시대는 어떨까? 우선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율주행차는 우리에게 있어서 직접 운전을 해야 하는 기존 차량보다 더욱 매력적이다. 즉, 효용이 높다. 게다가 도로도 예전보다 쌩쌩 달릴 수 있게 되었다. 면허도 필요 없고, 주차도 할 필요가 없어서 그냥 부르기만 하면 내 집 앞까지 알아서 모시러 온다! 뭔가 택시인데 운전자가 없는 택시의 느낌이면서 인건비가 사라져 어쩌면 요금은 더 쌀지도 모른다. 그러니 누구나 적극적으로 자율주행차를 타는 것을 고려할 것이다.
먼저, 기존 자가용을 이용하던 사람들 중 일부가 옮겨온다. 이것은 도로의 교통량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수동이든 자율주행이든 차가 도로에서 차지하는 크기는 같으니까. 차가 공유화되면서 회송하는 거리가 발생하는 것과 주차의 필요성이 사라지는 등의 변수들은 일단 제쳐두고 보자. 이대로라면 교통량은 같더라도 효율이 좋아지니 도로의 정체는 좀더 완화될 것이다.
하지만 막히는 도로가 싫어서 지하철을 타거나 차를 소유하지 않아서 버스를 타던 사람들은 자율차가 생기고 도로가 한산해지는 것을 그대로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이다. 수송력이 어마어마한 지하철이나 버스를 꽉꽉 채우던 사람들이 도로로 쏟아져나오면, 단지 일부라 하더라도 그들이 개인 승용차의 부피를 제각기 가지는 순간 도로에 가해지는 부담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단순하게 계산해보면, 대중교통 이용자의 통행이 하루 천만 단위인 서울에서 단 10퍼센트가 자율주행차로 넘어가도 하루 승용차 교통량이 백만 단위로 늘어난다고 보면 된다. 물론 이것이 실제로 도로에 얼마나 영향을 미쳐서 이용자들이 체감하게 될지에 대해서는 간단히 이야기할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자율주행 시대가 가져오는 차량 운행 효율 향상이 교통량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접근성의 매력도 무시할 수 없다. 내 앞으로 스스로 찾아오는 차를 두고 굳이 버스나 지하철을 타러 걸어나가겠다는 결심을 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연료비 부담이 줄어들 전기차 시대에서 이러한 추측은 더욱 무리가 아니다. 버스를 기다리느라 정류장에서 버리는 아까운 시간을 생각해 보자. 약간의 전기료만 더 내면 나만의 공간에서 누워서 편히 갈 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다음 날부터 버스를 타기가 꽤나 싫어질 것 같다.
지역간 이동에서의 고속도로도 마찬가지다. 길이 막히지 않더라도 운전이 필요없다면 굳이 버스나 기차에서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몇 시간씩 지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다. 결국 자율주행과 도로의 기능 향상에 의해 생긴 공간들은 또 다른 잠재적 이용자들이 나타나 채워주게 된다.
이렇게 다들 자율주행차로 넘어오면 대중교통은 미래에는 사라질 것인가? 그렇지 않다.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는 그럴 일이 없을 것이다. 수단 전환이 일어난 후에는 승용차와 대중교통 사이에는 수단 분담의 새로운 평형 상태에 도달한다. 자율주행차의 교통량이 늘어나면 도로의 통행 시간이 늘어나고, 효용은 다시 감소한다. 더욱이 공유 차량이 활성화되면 도로 위에는 주인님을 태우러 가는 텅텅 빈 차들도 생겨나서 막상 실질적인 통행을 위해 사람이 타고 있는 차가 차지할 공간이 적어질 지도 모른다. 그 비율이 얼마나 될 지는 아직 모르지만, 편리한 자율주행 시대에 여전히 대중교통을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자율주행차를 포기한 이유를 물어본다면 대부분 도로가 막혀서 시간적인 손해를 보기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평형은 어디에서 이루어질까? 예를 들어, 출근 시간대 한 도로 구간에서 버스 한 대 인원 만큼의 사람들이 "이제는 편리한 자율주행차를 이용해야지." 하고 마음먹고 버스에서 자가용으로 출근 수단을 전환해서 교통량이 위 그림과 같이 늘어났다고 하자. 그렇다면 도로 위의 다급한 사람들은 이렇게 밀린다면 차라리 버스를 타겠다며 오히려 대중교통으로 넘어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결정된 선택 확률들이 최종적인 수단분담률로 나타난다.
즉, 미래에도 여전히 차량 포화로 인한 정체는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독립적인 용량을 확보한 BRT나 도시철도, 고속철도와 같은 대중교통 수단이 여전히 힘을 발휘할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대중교통만이 가진 매력도를 유지하는 것이 미래 교통 정체 해소 문제의 핵심이 된다.
"접근성(Accessibility)"과 "이동성(Mobility)" - 교통 수단(또는 경로)의 매력도를 가늠하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
교통 수단과 교통 시설의 성능을 평가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으로 접근성과 이동성을 들 수 있다. 접근성이란 얼마나 쉽게 그 수단에 접근할 수 있는가?를 말하고, 이동성은 얼마나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마을버스는 느리지만 목적지와 가까운 곳까지 갈 수 있기에 접근성이 우수하고, 급행 지하철은 목적지와 멀 수도 있지만 빠르게 갈 수 있기에 이동성에서 우위를 가진다. 자율주행 차량의 향상된 접근성은 특히 접근성 위주였던 대중교통 수단의 매력도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기에 계획가들은 도시철도와 같은 궤도 수단들의 이동성을 높이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9호선에 도입된 급행 시스템이 차량 공급 계획 실패로 야기된 최악의 이용 환경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것은 단지 빠르기 때문이다. 소요 시간에 민감한 사람들은 기꺼이 안락함을 버리고 시간 단축을 택한다. 이들을 꾸준히 도로에서 빼 오기 위해서는 도시권에서는 GTX와 같은 광역급행 철도를 확충하고, 지역 간 수단으로는 KTX를 비롯한 HEMU 차량들을 확보하고 선로 개량을 지속하는 것이 필요하다. 충분한 속도가 확보가 된다면 자율주행 시대에서도 접근성을 조금 포기하고 도시 경계의 복합 환승센터에 차를 두고 시내에서 고속 전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자율주행 시대는 이제 정말로 머지않았다. 자율주행차의 편리함을 만끽하려면 기존의 교통 인프라에서 양적인 팽창이 없이도 차량들이 잘 다닐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자율주행 시대에는 교통량이 결코 감소하지 않을 뿐더러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무작정 늘어나지만은 않고, 개인 차량의 효용 증대와 통행 시간의 변화로 인해 조금 늘어난 새로운 평형 상태에 도달할 것이다. 이 새로운 평형 상태의 안착 지점은 계획가가 자율주행 시대를 어떻게 대비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므로 편리함을 추구하는 모든 사람들이 도로에만 몰리지 않도록 승용차의 효용 증대에 발맞추어 대중교통의 매력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교통은 과학 기술의 발달과 맥을 같이 한다. 산업혁명이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시작되면서 증기기관차와 철도의 탄생도 함께 이루어졌다. 도로와 철도, 해운, 항공에 걸쳐 산업혁명 이후 교통수단은 점차 다양해져 왔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세계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자율주행 자동차의 보편화를 앞두고 있다. 교통 문제가 많은 큰 도시일수록 적극적인 교통 정책이 시행되어 이용자에게는 수단 선택권이 다양하다. 시스템 운영자는 최적화된 교통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이용자들이 특정 수단을 이용하도록 유도하거나 이용자의 수요에 맞는 교통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해나간다. 대도시에서는 도로의 혼잡이 흔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운영자들은 가급적 도로의 용량 확보에 효율적인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도록 한다. 따라서 도로의 혼잡을 가중시키는 자가용 대비 대중교통의 효용을 높이고자 노력한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등장은 이러한 대중교통과의 효용 경쟁에 적지 않은 변화를 줄 것이다. 자가용의 가장 큰 장점인 문전연결성(door-to-door)의 매력은 유지하면서 이용자가 직접 운전해야 한다는 피로감에서 해방되도록 하는 자율주행 자동차는 점점 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다. 따라서, 대중교통은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새로운 특성들을 발견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현재 대중교통수단이 향상시킬 여지가 있는 효용적 특성은 정시성과 속도, 접근성 등을 들 수 있다. 향후 자동 주차 시스템까지 갖추어진다고 가정하면 접근성 측면에서는 자가용을 능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중교통이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은 속도와 정시성이다. 속도와 정시성을 모두 갖춘 도시 대중교통수단은 단연 철도이다. 도시철도 네트워크가 복잡해질수록 환승의 횟수와 이동 거리가 증가하게 되므로 이러한 비효용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는 정도의 속도 향상이 중요하다. 또한, 서울의 광역권이나 부산의 광역권과 같이 도시의 권역이 점차 넓어지면서 통근거리도 증가하고 있어 이용자들의 피로감도 가중되고 있다. 기술이 진보할수록 이용자들은 더 쾌적한 환경에 대한 기대치가 생기게 되므로 이들에게는 장시간 서 있기보다 편안하게 앉아서 갈 수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공유 시스템을 선호할 것이다.
대중교통에게 불리해지고 있는 이러한 여건에 해결책으로서 제시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이다. 런던과 파리 등 세계 선진국의 대도시에는 Cross Rail이나 RER과 같은 고속 광역철도 시스템이 이미 잘 자리잡고 있으나 우리나라에는 아직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는 포함되어 있으나 계획 단계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도 장차 보편화될 자율주행 시대에서 대중교통이 여전히 사랑받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고속 급행 철도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한다. 기존의 도시철도 및 광역철도는 최고속도 약 100km/h에 표정속도 약 30~60km/h에 지나지 않는데 비해 GTX의 최고속도는 약 200km/h에 표정속도는 100km/h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준고속열차는 현재의 ITX-청춘 열차의 성능에 준한다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고속 서비스를 대도시 내에서 제공하기 위해서는 정차역의 선정과 노선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의 역할은 서울 외곽에서 서울 시내의 거점까지 아주 빠르게 이어주는 것이다. 따라서 매우 한정된 정차역만 있어야 하며, 타 도시철도나 버스노선과의 환승에 유리해야 한다. 현재 GTX는 가칭 A, B, C 세 개의 노선이 제시되고 있다. A는 일산-서울역-삼성-동탄을 이어주고, B는 송도-부평-부천-여의도-서울역-청량리를 연결, C는 의정부-청량리-삼성-금정으로 계획되어 있다. 그러나 세 노선 중 A 노선만 우선 추진될 것으로 보이며 나머지 노선들은 여전히 구상 단계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사실 가장 시급한 노선은 B 노선이라 판단된다. A 노선이 양대 1기 신도시인 일산과 분당을 각각 서울과 연결해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것은 사실이나, B 노선은 이보다 배후인구가 많은 인천, 부천, 서울을 연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구간은 뚜렷한 개발제한구역이 없이 시가지가 연담화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해당 지역 간은 교통량이 매우 많은 편이다. 특히, 국가적으로 역점을 둔 송도 신도시 사업이 낮은 수요로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는 것은 모도시인 서울과의 연결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경인선의 복복선화로도 정시성을 담보할 수 없는 수도권 전철 1호선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고속 궤도교통수단이 절실하다.
2014년 수도권광역급행철도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비용 대비 편익(B/C)이 각각 1.33, 0.33, 0.66으로 나와 A 노선만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이 실시되었으며, 현재 민자사업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는 실시설계가 완료된 장래개발계획만 반영하는 현재의 분석 방법론에 의한 결과로, 서울과 송도국제도시 간 업무 통행에 보다 가중을 두는 등 보다 정책적 측면에서의 가중치가 고려될 필요가 있다. 시가지 팽창으로 형성된 제1도시 서울과 10대 도시 부천, 3대 도시 인천 메갈로폴리스를 연결하는 고속열차는 현재의 B/C값 그 이상의 가치를 할 것이라 본다. 특히, B 노선뿐만 아니라 대도시권에서 이와 같은 장거리 도시 고속철도 노선의 확보는 도시 진입부 도로들의 소통 향상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특히 20만 대/일에 이르는 일부 고속도로(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자유로 등)의 주행 속도를 향상시켜 모든 교통수단의 효율성 증대에 기여할 것이다. 이러한 점들은 단순히 예비타당성조사의 편익 산출 방법론으로는 전부 반영해내지 못한다.
교통 기술의 발전은 분명 모든 수단으로 하여금 보다 나은 쾌적성과 접근성을 우리에게 제공할 것이다. 다만, 기존에 확보되어 있는 거대한 대중교통 시설들을 보다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자가용의 혁명적인 변화에 대비한 대중교통 수단의 진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혼잡한 도로와 완전히 분리된 급행철도의 건설은 비용을 고려하더라도 분명 대도시 장거리 통행에 있어서 직·간접적으로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교통 계획은 의사결정의 결과로서 수립된 상위 계획으로부터 파생되는 것으로, 그 과정에서 토지 이용의 형태나 교통 시설의 설치 및 운영 방향이 결정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교통 계획은 상위 계획의 목표를 이행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데, 이러한 계획의 목표는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시간적, 공간적 차이를 전제하는 변동성을 포함하고 있으며, 계획이 수립되는 시기에 대상 지역의 정책적 수요, 미래를 대비한 지속가능성 등이 반영되어 나타난다.
도로의 축소를 통해 보도나 녹지를 확보하는 사업도 마찬가지로 그 사업이 추진되는 시기와 장소에 따른 정책적 방향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사업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그 사업을 진행하는 배경이 된 정책적 방향에 대하여 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 도로 축소와 보도 확장이 이루어지는 같은 유형의 사업들도 세부적으로는 각기 다른 목표가 있을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승용차의 통행을 줄이고, 대중교통의 이용률을 높이며, 보행 및 환경 친화적인 거리를 조성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대중교통 및 보행을 활성화하는 방안으로서 도로의 축소가 제시되는 것은 도로의 용량 감소가 승용차의 통행을 제한하고 이용에 불편함을 줌으로써 수단 선택에 있어 상대적 효용을 낮추는 것을 유도하는 것이다. 재화의 수요와 공급의 관점에서 보면, 교통 시설의 공급을 감소시켜 수요를 자연적으로 감소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최종적으로 수요가 동반 감소하기 때문에 비효용(level of service)은 크게 변하지 않으나 수요 감소 효과가 뛰어나다.
교통 수요나 공급을 관리하는 정책은 이외에도 순수 공급만 늘리거나 수요를 감소시키는 방법도 있으며, 수요 감소와 공급 증가를 동시에 할 수도 있다. 어떤 방향으로 계획을 수립하는지에 따라 대중교통 장려, 신교통수단 도입, 통행요금 부과, 급행 버스 도입, 차로수 확장, 노상 주차 제한 등 다양한 정책들을 고민해볼 수 있다. 정책들의 효과를 고려하여 어떤 정책들을 동시에 시행하는가에 따라 시너지 효과가 날 수도 있고, 서로 효과를 상쇄시킬 수도 있다. 도로 축소와 보도 확장이 차량 이용 수요를 중점적으로 감소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감안하여, 이 정책이 같은 시기에 어떠한 정책들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도로 축소 사업으로 인해 승용차 이용이 불편해질 것을 염려하여 주변의 다른 도로를 넓힌다면, 그것은 총수요 감소에 별다른 효과를 주지 못할 것이며, 대중교통 및 보행 활성화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도로를 넓히는 사업은 공급을 늘리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승용차의 수요가 추가적으로 발생하며, 보행자 중심 도로로의 전환에 따른 수요 감소 효과를 상쇄시킨다. 반면, 대중교통 서비스를 향상시키고 자전거 시설을 확충하는 등 승용차 수요(VKT)를 감소시키는 정책과 동시에 실행한다면 전반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도로 축소 사업은 총수요 감소에 초점을 두었을 때 적절한 사업이지만 도로를 쾌적하게 하는 효과는 거의 주지 못한다. 공급이 감소된 만큼만 수요 감소가 일어날 뿐 도로의 밀도 자체를 줄이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수요가 공급의 감소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도로의 밀도를 증가시킬 수도 있다. 이는 이 사업이 비판 받는 가장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총수요의 변화는 직관적으로 알 수 없으며 붐비는 것은 여전하기 때문에 겉으로 보았을 때에는 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보행자 및 대중교통 중심 도로로 전환하는 사업은 개개인이 그 효과를 체감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사업 시행 이후 승용차로부터 수단 전환을 한 사람들로서는 오히려 불만족스러워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계획가의 입장에서 보다 거시적으로 보았을 때, 이와 같은 수단 전환 현상은 상당한 정책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선, 보행권의 확보로 보행자들의 접근성이 향상된다. 우리나라 도시들은 고밀 개발이 이루어짐에 따라 차량 통행 위주로 도로가 설치되었고 그 때문에 보행 안전 수준이 낮은 편이다. 보도의 확장과 도로의 축소는 기존의 부족한 보행 환경을 보완하고 더 많은 보행자들이 쾌적하고 편리하게 목적지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더욱이 보도의 정비는 좁은 폭으로 인해 원활한 통행이 어려웠던 교통약자들에게도 편리한 통행 환경을 제공할 수 있어 형평성 측면에서도 좋은 정책이라 볼 수 있다. 둘째로, 수단 전환에 따라 사업 시행이 되지 않는 곳에도 승용차 통행량이 조금씩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사업 대상지로 접근하는 수단 전환 통행자들이 출발지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면 그만큼 도로 이용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는 대중교통 차량의 속도 향상으로 이어지고 통행 시간 절감으로 인한 운영 비용 절감도 꾀할 수 있다. 이는 대중교통전용지구나 버스전용차로 시행 시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셋째, 보행의 활성화는 주변 토지이용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 특히, 도심지에서 시행할 경우 보행로와 접한 상권이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다. 또한, 확장된 보도는 광장의 역할도 수행하여 문화 행사나 공연의 장이 되는 부수적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이러한 효과를 얻은 대표적인 사례가 청계천 복원과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사업이다. 도심이나 지역 중심지의 차량 통행을 제한함으로써 접근 통행들의 수단을 대중교통으로 전환시키고, 동시에 대중교통의 편리성과 정시성도 확보하는 결과를 얻은 것이다. 다만, 수단 전환이 쉽지 않은 통행자(captive rider)로서는 체감하는 불편함이 클 수가 있다. 통행 목적상 반드시 승용차나 화물차를 이용해야 하는 사람들은 도로의 밀도가 가시적으로 개선되지 않은 채 접근성마저 제한받게 되기 때문에 그에 따른 비효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도로 축소 정책을 시행할 때에는 이러한 통행들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들에 대한 우회 접근로가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다면 대도시의 승용차 이용 대수 감소를 추구하는 계획가로서 도로 축소 사업은 상당히 매력적인 정책이다. 이 사업을 보다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수단 전환에 따른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 환승 시설을 가능한 짧은 동선으로 설계하고 보행 환경은 단순히 이동으로서의 보도가 아닌 볼 거리가 있는 보도로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정책들이 그러하듯, 사업의 시행 자체를 평가하려 할 것이 아니라 사업의 목적과 계획의 방향에 충실하고 활용 가능성에 주목하여 사업의 완성도를 높여가고자 하는 것이 계획가로서 바람직한 자세이다. 도로 축소 사업도 사업의 시행에 따른 후속 조치를 적절히 한다면 대상지가 단순히 통과하는 곳이 아닌 목적지로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특별한 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하철은 다른 수단에 비해 수송 능력이 우수하고 지상의 시설물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매우 훌륭한 대도시 대중교통수단이다. 그러나 이름과는 달리 지하철이 항상 지하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차량기지나 교량 등의 시설물 때문에, 혹은 건설비용 절감 때문에 지상이나 고가 구간이 일부 건설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지하철 노선 중 가장 이용객이 많은 서울 지하철 2호선은 다른 지하철 노선에 비해서도 지상 구간이 많은 편이다.
이는 2호선이 한강을 두 번 건너기도 하고 이외에도 중랑천, 도림천 등 크고 작은 하천들을 지나기 때문이다. 물론, 기술적 발전이 있은 후에 개통한 5호선과 분당선은 지상으로 나오지 않고 강 밑으로 지나는 하저터널로 한강을 넘어가고 있지만, 2호선이 만들어질 당시만 해도 빠듯한 재정 여건과의 싸움, 기술적 한계 때문에 당산철교와 잠실철교를 지었고, 그 덕에 아득한 지하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강변의 풍경을 열차에 담으며 지나게 되었다. 또한 이 두 철교 외에도 성수지선 일부 구간 및 한양대-강변 구간, 그리고 대림-신대방 구간도 지상으로 건설되었는데, 이것은 건설 당시 두 지역이 주거지역보다 공업지역이 많기도 했고 각각 중랑천과 도림천이 지나는 구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2호선이 지나는 연선 지역 대부분은 개통되었던 1980년대와 달리 그 주변 지역의 중심이 되는 곳으로 발전하였다. 2호선이 서울 도시철도 네트워크에서 유일한 순환선이자 3핵(도심, 영등포, 강남)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알짜 노선이라 자연히 연선 지역이 교통의 중심지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상 구간도 예외없이 주변에 많은 주거지역이 생겨났고 상업 및 업무 시설이 들어서는 등 고밀도의 개발이 이루어졌다. 결과적으로 2호선은 그 지역의 주요 지점들을 고가로 가로지르는 셈이 되었다. 가장 중심이 되는 곳에 잿빛의 길고 거대한 구조물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주자들은 점차 소음, 공기, 진동, 도시 단절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지하화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어딜 가나 지하화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상에 철도 네트워크가 잘 발달해 있는 일본이나 다른 나라들에 비해 고가 철도 구조물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개인적으로는 고가 철도를 너무 저렴하고 흉물스러운 디자인으로 만들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수도권 교외에 건설되는 노선들조차도 신도시 주민들의 요구로 지하로 변경되는 사례들이 잦다. 하남선(서울 5호선 연장), 별내선(서울 8호선 연장), 지방 노선으로는 사상-하단선(부산 5호선) 등이 대표적인 예다. 물론, 분당선, 일산선, 과천선처럼 지하로 건설된 사례가 과거에도 많았지만 이제는 우이-신설선처럼 아예 차량기지까지 지하로 묻어버리기도 한다. 서울 도심처럼 고밀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음에도 이렇게 굳이 많은 비용을 들여 지하로 건설을 하는 것은 자칫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지상, 고가로 지어져 있는 노선들도 지하화 해달라는 요구가 많아지고 있는데, 이는 경부선, 서울 지하철 2호선 등 철도뿐만 아니라 경부, 경인 고속도로도 마찬가지이다. 예외적으로 부산 도시철도 1호선의 경우 온천천 위를 지나는 구서-동래 구간이 있지만 구간 양 옆으로 간선도로인 중앙대로를 비롯한 도로들이 나란히 버티고 있어서 그런지 지하화 요구가 드문 편이다. 똑같이 도림천 위를 달리는 서울 2호선의 경우와는 대조적인 분위기이다.
이러한 현상은 고가 전철 자체가 주변에 미치는 환경적 영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철도가 하나의 기반시설로서 도시의 풍경의 일부라는 생각이 아닌 경관을 해치는 주범이라는 지배적인 인식이 가장 큰 원인이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이러한 인식이 부동산 가치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주택을 거주 목적이 아닌 투자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지하화 이슈가 단기적으로 큰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때문에 어디에서든 철도 건설 계획이 발표되기만 하면 어김없이 지하화 요구가 따라붙는다.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까?
동일한 시기에 각각 전 구간 지상, 지하로 건설된 중전철의 사례가 없어 동일한 화폐가치상에서의 정확한 비교는 어려우나, 일반적으로 지하철의 고가, 지하 건설 방식의 비용 차이는 1:2 정도로 알려져 있다. 또한, 터널 단면적이 늘어남에 따라 그 비용이 크게 증가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비용 문제로 인해 쉽게 지하화 민원을 들어주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도시철도의 건설 비용은 서울의 경우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6:4로 비용을 부담(지방은 4:6으로 부담)하게 되어 있어 중앙정부가 비용을 일부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단지 일부 지역의 주거 쾌적성 향상을 위해 정부에서 막대한 비용을 대기에는 다소 애매하며, 서울시도 절반 이상의 비용을 지출하기에는 재정적 부담이 크다. 게다가 지상 시설물을 그대로 둔 채 지하에 새로운 노선을 뚫는 것이 간단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건설 전에 지하로 계획이 변경되는 사례는 많았지만 지상 구조물이 지하화되는 사례는 아직 거의 없는 상태이다. 또한, 이번 2호선 지하화 건은 비용이 2조 원을 넘어가는데 반해 토지이용계획이 유동적인 신개발지가 아니기 때문에 지하화로 확보되는 토지를 가지고 개발 이익을 기대하기가 어려워 사업성 확보가 불투명하다.
금전적 비용 외에도 공사 기간 내, 완공 후 겪어야 할 시민들의 불편도 고려해야 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하화 공사를 하는 동안 당산철교 재시공 때처럼 아예 일부 구간 운행을 중단해야 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하였으나, 수많은 이용객이 오가는 2호선 역사에 부분적이라도 통행에 제약을 가할 시 출퇴근 시간에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더욱이 건대입구역과 같은 환승역은 지하 노선의 교차로 인해 신설 역사의 심도가 더욱 깊어져 영구적으로 접근성을 악화시킬 우려도 있다.
서울시의 특이한 대처
서울시는 계속되는 2호선 지하화 민원에 작년 3월부터 지하철 2호선 지상구간 지하화 타당성 조사 용역을 실시하였다. 타당성 조사에 착수한다는 소식에 일각에서는 "그렇게 토건 사업 가지고 오세훈 시정을 비난해놓고 이제와서 이렇게 거대한 사업을 하려 하냐", "용역비가 아깝다"며 날을 세웠지만, 나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오히려 서울시가 머리를 썼구나 싶었던 것이, 해 봐야 안 된다는 것을 이미 알지만, 피곤하게 설득하기보다는 객관적으로 수치를 제시해버림으로써 쉽게 면피하려는 속셈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박원순 시장이 전반적으로 전임 시장을 구석으로 실컷 몰아넣고 자기가 그 사업들을 그대로 가져와서 다시 쓰는 행태를 많이 보여온 것은 사실이지만(한강 르네상스 관련 글 참고), 그보다 그가 책임 회피에 능하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 2012년 우면산터널 교통량이 예측과 크게 빗나간 것에 대해 서울시정개발연구원(現 서울연구원)의 연구 담당자들에 대해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웃지못할 사례와 최근 구의역 스크린도어 보수작업 사망사건의 대처 모습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더 진행하기에는 이 글의 주제와 다소 맞지 않으므로 생략한다.)
아무튼 이렇게 조사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타당성 조사를 함으로써 서울시는 "우리는 시민들의 의견에 귀 기울였고 이를 들어주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저 사람들이 사업성이 없어서 안 된다고 하네요."라고 분명하게 알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사업을 시행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타당성 평가를 실시하는 것과는 반대로 이번 사례는 사업성이 없음을 입증하기 위해 타당성 평가를 실시한 특이한 경우인 것이다.
이러한 추측의 근거로 2011년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서 같은 2호선 지하화 건에 대해 B/C를 1.0으로 내놓았던 것에 반해 이번에는 사업성 없음으로 결론이 나왔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당시 광진구에서 건대입구-구의-강변역 구간을 지하화하기 위해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타당성 조사를 요청한 결과 사업성이 있다고 결론을 내린바 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2015년 새롭게 타당성 조사를 용역을 통해 실시하였으며 이번에 정반대의 결론이 난 것이다. 이를 통해 비용-편익 분석의 신빙성을 새삼스레 의심하게 되는 동시에 서울시에서 지하화 의지가 없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타당성 평가의 타당성
이와 같은 서울시의 대처가 좋은 방법이었다고 평가하기에는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하겠으나 지하화 이슈에 대응하는 한 가지 확실한 옵션이 될 수 있음은 알 수 있다. 많은 지역 정치인들이 표를 위해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쪽으로 무리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에 비하면 차라리 현실성 있게 대응한 것이다.
다만, 남발하는 토건 사업 요구에 대한 사업성을 판단하기 위한 도구적 수단들이 너무 유동적이라는 점이 문제다. 2호선 지하화 건에서 불과 3~4년 사이에 상반되는 결론이 난 것과 이외에도 필요 이상의 지하화 사업 추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다소 우려스러운 현실이다. 사업의 가부를 판단하는 타당성 평가가 보다 일관되고 중립적인 위치에 있어야 권위를 얻을 수 있고 정부 기관에서도 시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로서 활용할 수 있다.
참고자료
문주영. "우면산터널 교통량 잘못 예측, 책임자에 손배 검토". 『경향신문』, 2012.7.4.
인천광역시 부평구. "경인전철 지하화 요구 102만명 서명". 부평구 보도자료, 2014.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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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은 어떠한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 용어로 표현될 수 있다. 다수를 수송한다는 측면에서 mass transit이라 하기도 하고, 이동권을 보장하는 공공 서비스라는 점에 초점을 두고 public transportation이라 부르기도 한다. 공공 서비스의 성격과 시장경제의 성격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에 대중교통은 서비스 방식을 두고 많은 쟁점과 딜레마가 발생한다. 또한,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도 공공이 될 수도 있고 사기업이 될 수도 있어 같은 서비스에서도 별개의 이용 형태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럼에도 2000년대 이전까지는 도시대중교통수단이라 하면 버스, 지하철이 전부였다. 관점에 따라 택시를 포함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어쨌든 각 수단들은 상당히 구분이 뚜렷했고, 버스가 택시가 된다거나 지하철이 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물론, 콜밴과 소형 마을버스의 차종이 같은 경우는 있었는데 이는 매우 드문 경우다.) 문제는 2010년대에 이르러서 그 경계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농어촌에서는 버스가 작아진 형태인 100원 택시, 따복 버스가 등장하고, 수도권에서는 꾸리찌바 열풍과 함께 BRT가 개통되어 버스가 지하철처럼 다니는가 하면, 지하철은 작아지는 동시에 바퀴까지 고무로 바꾸어 경전철(LRT)이라는 이름을 달고 운행되기 시작했다. 우리가 흔히 철도라고 하면 철로 된 궤도와 바퀴가 일반 도로와 구분되어 독립적으로 운행되는 교통수단을 떠올리는데 고무차륜 경전철의 개통으로 그러한 개념조차 무너뜨려 이제는 과연 '철도'라는 명칭이 맞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마저 생겨난다.
이러한 현상은 수요에 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서비스 수준을 개선하려는 노력의 결과라 볼 수 있다. 버스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지만 지하철을 건설하기에는 수요가 부족한 곳에는 LRT나 BRT가 건설되어 비용을 줄이고, 버스가 다니기에 승객이 너무 적지만 대중교통 서비스가 필요한 곳에는 저렴한 택시를 투입하여 공공성을 보장하는 유연한 대중교통정책이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적극적인 대응으로 기존에 알려져 있던 대중교통수단별 수송 가능 인원의 범위가 넓어지는 동시에 신교통수단의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국내에서는 경전철의 집객능력을 과신한 나머지 과투자를 야기하기도 하였지만 여전히 지하철이나 버스를 대체할 수 있는 타협안으로 종종 제시되고 있다. 아래 그림은 미국 대중교통용량편람(TCQSM) 2판에 나오는 수단별 수송용량이다. 수단이 점차 다양해지고 각 교통수단도 유동적으로 변형됨에 따라 2013년에 나온 3판에서는 아예 이 그래프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만큼 수단 간 경계가 무너졌음을 암시한다.
나아가 최근에는 서비스 형태가 더욱 다양해져 특정 시간대에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운행하는 수요대응형 노선들도 생겨났다. 수요대응형 서비스는 DRT(Demand-Responsive Transit)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며 본디 주로 장애인이나 노인 등 특수한 교통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복지의 형태로 제공되던 것이었다. 그러나 기존 교통수단을 이용하면서 불편을 느낀 이용자들이 SNS나 스마트폰 앱과 같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도구 이용이 활발해짐에 따라 이를 이용한 자체적인 수요대응형 통근서비스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현재 호평을 받고 있는 우버, 카카오 택시, 콜버스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우버와 카카오 택시는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예약제로 운행되는 별도의 택시 서비스이고, 콜버스는 야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힘든 시간대에 귀가를 하는 사람들을 지역별로 모아 택시보다 저렴하게 운송하는 심야버스 서비스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상시 운행을 하지 않는 맞춤형 서비스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있기 전에도 e-버스와 같은 인터넷 기반 예약제 버스가 잠시 운행되기도 했고 이밖에도 여러 아이디어들이 실행되었지만 번번히 공공기관과 기존 운수사업자들의 반대로 운행이 중단된바 있다. 특히 기존 운수사업자들은 비교적 고정적이었던 시장이 레드 오션으로 변하는 것에 대해 매우 경계하고 있다. 조금 더 과거로 올라가면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서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하다가 갑자기 모조리 사라져버렸던 기억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대중교통 서비스는 공공 서비스라는 성격 때문에 큰 수익을 남길 수 없는 구조로 제공되는데 그마저도 수요를 깎아먹는 외부 산업이 침투할 경우 사업자들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산업이 그러하듯 어느 정도 정부의 개입을 통한 보호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대중교통 서비스는 특히 진입장벽이 높았고 신규 운수업체의 진입과 부실업체의 소멸도 굉장히 드물었다.
그러나 점차 편리성에 대한 이용자들의 기준이 높아짐에 따라 맞춤형 서비스의 시장 진입을 더 이상 막을 수 없게 되었다. 정부도 대중교통 이용객을 늘려서 도시교통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기존 교통수단만을 고집할 명분도 옅어졌다. 이에 우버 논란을 겪고 난 후 정부는 한정 면허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이들의 운행을 임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하였다. 여전히 기존 운수사업자들과 정부, 신규 사업자들 간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지만 서비스는 이미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들이 점차 영역을 확대해나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나라 버스와 택시 서비스의 시작은 public transportation보다는 mass transit에 가까웠다. 철도는 정부 주도로 건설되어 지금도 공기업에 의해 운행되고 있는 반면, 버스는 일제 강점기 민간 사업자의 여객 운송 사업이 지금까지 발전해온 경우이다. 시내버스의 공영화는 최근에 들어서야 활발해졌고 여전히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운수업체의 의사결정이 버스 네트워크에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존의 시내버스와 콜버스는 서비스 개시 시점만 다를 뿐 시작의 형태는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태생적 특성상 DRT 서비스의 시장 진입을 막는 것이 그리 오래 지속될 수는 없을 것이다.
DRT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물론 규제가 완전히 풀려 자유로운 시장진입이 가능한 날은 당분간은 오지 않겠지만 DRT가 상당히 보편화가 되었다는 가정을 해 보자. 이용자 입장에서는 이왕이면 맞춤형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기 때문에 특히 통근 통행에서 착석을 보장받는 수요대응형 버스를 선호할 것이다. 이는 기존 시내버스의 자연 감차로 이어질 것이고 평시 쉬게 되는 차량의 수가 줄어들 것이다. 한편, 버스의 감차는 배차 간격이 늘어나거나 저수요 노선의 서비스가 열악해질 수도 있어 상시 운행 노선 이용객들은 오히려 불편해질 수 있다. 운수업체로서는 수요가 줄어들 경우 공급을 줄일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DRT 서비스에 의해 기존 운수 사업이 도태될 경우 공항철도의 사례와 같이 시내버스도 완전공영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가까운 미래에는 큰 변화가 없으리라 보는 것이, DRT는 서비스 특성상 대형 버스에 승객을 꽉꽉 채워다니기가 어렵고 차량이 기존 시내버스의 생존에 위협을 가할 만큼 많아지지도 않을 것이다. 통근 통학 등 가정기반통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비가정기반통행이 예측할 수 없는 시간대에 불규칙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이를 대비하여 수요 대응형 차량이 상시 대기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DRT가 비교적 활성화 된 곳이 미국인데, 미국은 뉴욕과 시카고와 같은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면 인구 밀도가 낮아 기존 대중교통 서비스 자체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이 때문에 자가용을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DRT 서비스가 자연스레 생겨났다. 우리나라 농어촌에서 이루어지는 100원 택시도 비슷한 배경에서 탄생했다. 반면, 콜버스와 같은 서비스는 이미 대도시권에 대중교통 네트워크가 조밀하게 갖추어져 있고 인구밀도가 높기 때문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여 overflow가 생기는 경우에 그 부분을 대신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어찌되었든 DRT의 이슈화는 우리나라 대중교통 서비스의 구조가 변화하는 시기에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상투적인 바람이지만 콜버스나 우버와 같은 맞춤형 서비스가 고착화된 운수업계에 긴장감을 불어넣어 서로 발전할 수 있었으면 한다. 도시대중교통뿐만 아니라 지역간대중교통 운수업계 역시 수십 년 동안 변화가 없어 후진적 행태를 보여주는 사례가 종종 있기에 이들에게도 새로운 바람이 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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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내의 대량운송을 담당하는 버스는 처음부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도로 계획, 건설되고 운영되는 도시철도와는 달리 민간 업체에 의해 시작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시내버스의 효시는 일제강점기였고 해방 이후에도 자체적으로 버스를 구입하고 운영하기 어려운 지자체가 대다수였기 때문에 대중교통 중에서도 시내버스에 대해서는 민간 운영이 당연시 되어 왔다. 수요가 많은 이동 구간을 따라 운수 업체에서 임의로 노선을 개설하고 그 노선을 독점하는 형식이 일반적이었다. 좋은 노선을 선점하고 가능한 많은 승객을 태워 나르는 것이 이들의 단순한 목표인 것이다. 기업은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므로 수요에 반응하여 공급량을 조절하면서 수익을 내는 아주 기본적인 경제논리에 충실하게 된다. 따라서 이용객들의 동선을 파악하여 즉각 배차나 노선을 조정하는 것이 비용 절감과 수익 창출의 핵심이다.
그러나 교통 서비스, 특히 대중교통은 손익 여부에 의해 쉽게 존망이 결정되어서는 안 되는 공공재이자 서비스이다. 모든 국민이 국가 내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갖기 때문에 도시 내에서도 시민들이 가능한 공평하게 교통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정부에 의한 조율이 필요하다. 즉, 수익이 날 수 없는 벽지에도 곳곳에 교통 서비스가 공급될 수 있도록 하여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편리한 이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운영 방향과는 배치된다. 따라서 오늘날 많은 지자체에서는 운수 업체에 벽지노선에 대한 운영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저수요 노선들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의 완전 민영 체제와 준공영제와의 중간 단계로서 지자체가 노선 관리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오히려 운수 업체들이 저수요 노선을 많이 개설하여 시로부터 필요 이상의 보조금을 지원받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하였다.
저수요 노선은 일반적으로 불가피하게 벽지를 운행해야 하는 노선도 해당되지만 업체의 부실 운영과 저조한 서비스 수준에 의해 생겨나기도 한다. 업체로서는 보조금만 지급받으면 되기 때문에 서비스 개선에 대한 노력이 없이 구조적으로 취약한 상태로 연명하는 회사들이 다수 존재한다. 이는 2004년 서울 버스 준공영제 실시 이전에 이러한 업체들에 대한 강제적인 구조조정을 꾀할 정도로 심각한 예산 낭비 문제로 대두되기도 하였다.
반면 고수요처에서는 민간 운수 업체가 독점을 하지 아니한 상태일 경우 과다경쟁이 유발되기도 한다. 유사한 노선을 운행하는 업체들이 필요 이상의 배차를 함으로써 과잉 공급이 이루어지고 자원 낭비와 교통량 증가를 야기한다. 또한, 업체 간의 속도경쟁과 난폭운전이 발생하여 운전기사의 피로감 증폭과 동시에 서비스의 질을 하락시키고 있다.
경제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이러한 문제들을 준공영제 및 공영제를 통해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버스 준공영제는 운수 업체들로 하여금 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주는 방식으로서 노선버스의 운영에 따른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마침 교통카드가 널리 보급되면서 업체에서 수익을 더 이상 속일 수 없게 되어 운송 실적에 맞게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되었고 서비스의 질에 따라 인센티브와 패널티를 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였다. 이는 버스 공영제의 핵심 과제인 차량 구입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도 공공 서비스의 질 개선을 달성할 수 있는 타협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서울뿐만 아니라 많은 도시에서 도입을 고려하는 상황이다.
준공영제를 이미 시행하는 곳에서는 타 도시에 비해 개선되는 점들을 많이 관찰할 수 있다. 우선, 속도경쟁과 무리한 수익 추구를 하지 않아도 되어 난폭운전이 줄게 되었고 운전기사들의 근무환경이 개선되었다. 운행 스케줄도 현실화되어 정시성이 향상되었고 배차 간격도 균등해졌다. 이는 곧 이용자들의 만족도 상승에 기여하였고 전반적인 버스 이용률 증가에도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보조금을 안정적으로 지급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고 업체 간의 보조금 조정도 쉽지 않은 사안이라 전국적으로 보편화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 특히 중소도시에서는 준공영제가 아닌 일부 벽지노선 관리에도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운수 업체 간, 운수 업체와 지자체 간의 깊은 갈등으로 피로가 쌓여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러한 개혁에 대한 추진력을 얻기도 쉽지가 않다.
이와 같은 곤란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시민 사회 일각에서는 내친김에 준공영제가 아니라 완전공영제를 추진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완전공영제는 운수 업체가 아닌 지자체가 직접 운수 종사자들을 고용하고 차량을 구입, 버스 노선을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지자체에서 우수한 운영 인력과 자금 조달력만 갖추게 되면 더욱 형평성과 수익성을 잘 고려한 접점 내에서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국가 예산에 의해 운영비용이 전액 보전되는 만큼 민영 체제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고 방만 경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특히 이 부분은 국영 체제에서 민영화를 시도하고 점차적으로 민간 자본의 도입이 증가하고 있는 철도와는 완전히 대조되는 것이라 그 효과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가 있다. 운수 업체에 위탁 운영하는 형식인 준공영제에 비해 지자체에서 운영 능력을 갖추지 못할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현재의 버스 시스템을 모두 지자체에서 매입해야 한다는 부담이 공영제를 시행하는 데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이다.
서울시에서는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명목으로 2004년 버스 준공영제와 버스노선체계 개편을 단행하였다. 간선도로 곳곳에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하여 속도를 향상시키는 동시에 공영차고지 조성, 경영서비스 평가지표를 도입하는 등 운영 전반의 수준 향상을 도모하였다. 이로 인해 시민들의 이용 만족도는 나아졌지만 운송비용의 보전이라는 준공영제의 특성은 업체들이 자구적으로 경영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게 만들었다. 서울시의 대중교통과장과 도시교통본부장 등을 역임했던 윤준병 씨는 준공영제를 시행하기 전에 자본잠식업체를 보다 철저하게 퇴출했어야 했다는 점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하였다. 서울의 시내버스 운영에 있어서 최적의 운수 업체 수에 비해 지금은 비효율적으로 많은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적정 대수 이상의 버스에 대해 감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못하여서 잉여 차량이 과다하게 발생하여 유지관리 비용이 늘어나는 점도 단점으로 들 수 있다. 지속적인 표준운송원가 협의를 통해 보조금 수준을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작업 역시 남아있는 과제이다. 준공영제는 민영 체제의 단점을 크게 개선하면서 공영제의 폐단을 예방하는 중간 단계라 볼 수 있다. 즉, 준공영제를 거쳐 점진적으로 공영제를 향해 가되, 각 지자체의 실정에 맞는 버스운영 제도를 모색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전남 신안군의 버스 공영제 시행은 지역적 특성에 의한 것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신안군의 사례를 들며 전국적으로 버스 공영제를 시행하는 것이 우리가 당면한 과제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우선적으로 신안군의 특수성과 공영제 시행의 배경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신안군은 전라남도 남서부 끝에 있는 많은 섬들이 모여서 이루고 있는 행정 단위이다. 일부 큰 섬들에서 버스가 운행되어 왔고 교량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곳이 많아 각 버스 노선들은 섬 안에서 순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외부로 연결된 노선은 광주로 향하는 시외버스와 목포 시내버스 130번, 150번이 신안군청이 소재한 압해도로 다니는 것이 전부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용객이 매우 적은 것은 물론 각 섬마다 운수 업체 종사자가 파견되는 것 역시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신안군에서는 단계적으로 군청에서 버스 노선들을 인수하였고 차량들을 매입함으로써 마침내 공영제를 달성하기에 이르렀다. 각 섬마다 버스가 3대가 채 되지 않는데다 단일 업체인 신안여객으로부터 꾸준히 양도를 받아왔기 때문에 큰 비용 부담 없이 시행이 가능하였다. 완전 공영제라고는 하지만 목포로 연결되는 130번과 150번은 여전히 목포시 업체와 신안여객이 공동배차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완전 공영제를 실시한 신안군 외에도 공영 버스를 운영하고 있는 지자체는 전국적으로 많이 있다. 대도시에서는 노선의 효율적 관리를 위하여 공영제를 추진하고, 소도시에서는 산간, 도서지역으로 운행하는 농어촌버스의 안정적인 운행을 위해 공영 버스를 늘려나가는 추세이다. 특히, 규모가 작은 소도시나 농어촌에서는 차량 구입비용과 운영비용이 비교적 적은데다 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공영제가 유리한 경우가 많다.
충남 서천군의 100원 택시는 그보다 더 극단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대중교통이라는 개념을 상식적으로 정의하면 대량 운송이라는 것이 핵심적 요소로 포함된다. 전형적인 규모의 경제로서 개인교통수단에 비해 많은 사람을 효율적으로, 저비용으로 운송할 수가 있다. 그러나 규모의 경제가 달성될 만큼의 수요가 없거나 요금을 책정할 수가 없다면 이는 오히려 개인교통수단보다 많은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 많은 농어촌에서는 대형 버스를 충분히 채울 정도의 승객을 태우지 못한다. 이 때문에 대형 버스가 아닌 중형 버스와 소형 버스를 운영하는 곳이 대다수인데, 100원 택시는 그것이 더 작아진 사례인 것이다. 즉, 도시에서 흔히 보는 보통의 택시라기보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한 버스가 작아져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 어째서 둘 다 똑같은 크기의 차량이고 운행 방식도 같은데 요금이 이렇게 크게 차이가 나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데, 보통의 택시와 100원 택시의 가장 큰 차이는 대중교통이냐 아니냐이다. 택시는 본디 대중교통수단과 개인교통수단의 중간에 위치해서 고정적인 운행 스케줄이 없이 승객이 서비스에 대한 요금을 지불하는 준대중교통수단이다. 그에 반해 100원 택시는 공공에 의한 버스 운영비의 절감과 보조금으로 요금이 책정된 대중교통수단으로 분류할 수 있다. 도시 지역에서 택시는 고급교통수단으로서 높은 서비스 수준을 누릴 수 있지만 농어촌 지역에서의 택시는 이동권 보장을 위한 복지 서비스에 가깝다. 100원 택시는 서천군의 시행 이후로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벤치마킹을 하여 여러 명칭을 가지고 운행이 시도되고 있다.
버스 준공영제와 100원 택시는 버스 공영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온 타협점이라는 것에서 공통점이 있다. 뉴욕, 파리, 런던과 같은 대도시들은 이미 버스 공영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국내 도시들은 공영제를 바로 시행할 만큼의 재정적 여력이 없기 때문에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한 것이다. 준공영제와 마찬가지로 100원 택시 역시 보편화되기 어려운 과제들이 있다. 우선 수요가 적은 벽지를 위한 교통수단으로서의 특수성을 지니고 있으며 기존 택시들과 경로가 중복이 될 경우 현저한 요금 차이로 인한 불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 활동 범위가 매우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택시와 공영 버스, 100원 택시에 대해 명확히 서비스를 규정하고 상호간 합의를 통해 잠재되어 있는 가치 갈등 요소를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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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어떤 계획의 발표와 동시에 비판의 날을 세우거나 열렬한 지지를 나타내며 나름의 평가를 지레 내릴 때가 많다. 하지만 삶이 그렇듯 대부분의 정책의 성패는 구상단계보다는 실행을 한 후 어떻게 운영을 해나가냐에서 결정이 된다. 모두가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지만, 너무 당연해서 그런지 망각해버리기 일쑤이기에 종종 이를 이용한 '시간차 공격'은 정치의 과정에서 즐겨 사용되곤 한다.
SOC(사회간접자본) 관련 사업은 눈에 잘 보이기 때문에 정치인들의 선심성 사업의 대표 주자이기도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에는 정권 심판의 상징이 되어 가장 무거워야 할 고비용의 사안임에도 동네북이 되어 이리저리 표류하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서울특별시는 갑작스런 지방자치단체장의 교체와 동시에 거의 모든 토목사업들이 전임자에 대한 비난과 함께 중지되거나 축소되었다. 지속적으로 시행되어야 할 사업들에 줄줄이 빨간불이 켜지면서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방치되다가 유지비용만 축내는 애물단지가 되자 전임자는 더욱 예산낭비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굳어지며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그 계획이 필요한지 여부가 아닌 내 세금을 얼마나 가져갔는지, 운영이 얼마나 부실한지에 의해 사업의 구상부터가 재평가된다는 것이다. 즉, 결과가 좋지 않으면 애초에 시작을 말았어야 한다는 이분법적 사고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크게 보면 국가단위 사업이었던 4대강 정비를 비롯하여 세종시, 동남권신공항 등이 있겠고(아주 넓게 보면 햇볕정책도 넣을 수 있을 것이다), 규모를 좁히면 공항철도 같은 교통 계획, 세빛둥둥섬 같은 수변 개발계획들이 한때 이런 논리의 희생양이었거나 또는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들이다.
어떤 계획이든 그 시작 단계에서는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가 어렵다. 아니, 사실 불가능하다. 빨리 가려고 고속도로에 올라탔지만 옆의 국도에 있는 차들이 더 잘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듯 모든 계획들도 실행과정에서 어떤 변수를 만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런 대형 사업들을 시작하기 전에 가장 먼저 '타당성 분석'이라는 거짓말부터 깔아놓는다. 100% 수리적으로 계산된 것이라면 그래도 양심은 있다고 하겠지만 여기저기서 높으신 분이 주민들의 열망을 담아 부는 입김과 여타 수많은 당근과 채찍에 비용과 편익이 롤러코스터를 타다가 만신창이가 되어 계획-수정-재수정-타당성평가-재검토-중장기 사업으로 연기-재계획-타당성평가-시행결정-수정... 의 긴 반복과정을 거쳐 살아남는 사업만이 잊힐 때쯤에야 완성되어 모습을 드러낸다. 철도노선 하나가 영업을 시작하기까지 적게 잡아도 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니 개통을 하고나면 처음 계획 시기와 비교해서 많은 것이 달라져 있다. 부산-김해 경전철과 서울지하철 9호선은 모두 1990년대 초반에 구상되었는데 우리에게는 꽤나 최근의 것으로 다가온다. 그 세월의 차이와 수요예측의 불완전성으로 에버라인과 같은 경량전철 노선들은 초기 예측치에 비해 첫 성적표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SOC 사업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은 대부분 이와 같은 사실에서 근거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세금 먹는 하마를 매우 절망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일까? 수요의 과다예측은 분명히 지양해야 하지만 일단 시행이 결정된 사업이라면 애초에 시작하지 않았어야 한다며 손을 놓을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잘 이용해나갈 고민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수요를 창출해내서 사업성을 갖추면 되는 것이다. 개통을 하자마자 수요가 과다예측 되었다고 판정을 내리는 것도 성급한 처사이다. 3년 전쯤 공항철도가 예상 승객 수에 한참 미치지 못하자 주요 언론들을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공항철도를 쓸모없는 수단인 것처럼 생각하였다. 공항철도는 그 당시 인천공항-김포공항 구간만 개통된 반쪽짜리였기 때문에 이용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김포공항-서울역 도심구간이 개통되고 이용객은 제법 증가하였으며 머지않아 9호선 직결, KTX 운행이 시작되면 공항철도는 공항 접근과 인천 북부 교통의 중요 축이 된다.
수요가 많은 곳에 교통 시설이 자리 잡는다는 것은 옳은 말이다. 하지만 재정적으로 가능하다면 교통 시설이 먼저 자리 잡은 후에 주변지 개발을 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는 시급한 지역들 위주로 불 끄듯 기반시설의 공급을 해왔기 때문에 초기수요도 괜찮았고, 또한 이제는 웬만큼 붐비는 곳에는 충분히 교통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의 공급에 익숙해진 나머지 눈이 높아질 대로 높아져 불가능할 만큼 높은 수요예측을 해야 사업이 시행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서울지하철 2호선이 건설될 당시 강남은 허허벌판이었는데 지금은 지하철 2호선이 지나는 곳에 서울의 3개 도심과 많은 부도심이 자리 잡고 있다. 즉, 연계개발계획만 충분히 갖추어져 있다면 그 노선은 당장 예상수요에는 못 미칠지언정 실패할 노선으로 바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대량운송수단이 갖추어지면 그 지역의 가치가 높아지므로 건설 사업을 남발하지만 않는다면 향후 개발수요도 자연히 높아질 것을 기대할 수가 있다.
수요의 정확한 예측이란 아쉽지만 불가능에 가깝다. 최근에 개통된 많은 노선들이 기나긴 건설 기간 중에 우리가 미처 대비하지 못한 IMF와 같은 금융위기를 여러 차례 겪었다. 그렇다고 예측을 안 할 수는 없기에 계획의 구상에 있어서 대체로 희망적으로 잡는 경우가 많다.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의 계획인구 수치를 모두 합하면 실제 국내 전체 인구수를 한참 상회한다. 예측이라기보다는 희망사항이거나 그만큼 인구를 끌어오겠다는 각오인 셈이다. 어느 지자체가 감히 비관적으로 인구 감소를 대놓고 점치겠는가? SOC 사업도 마찬가지다. 웬만한 설명 가지고는 시작조차 못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시행 결정권자의 의지가 완고하다면 연구원에서는 예측치를 어떻게든 타당성이 있도록 만들어서 제출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잘못된 관행을 비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차라리 수요 예측 자체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일련의 절차를 통해 확정된 계획이 있다면 이를 어떻게 다른 것들과 연계해서 수혜 범위를 넓힐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SOC도 넓은 범위에서는 복지이다. 수익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2호선 같은 엄청난 교통수단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면 적자는 당연하다. 적자라는 말에 혹해서 예산 낭비라 비난하거나 또 그 비난의 책임을 계획했던 전임자에게 돌릴 것이 아니라 사후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그 시설물의 혜택을 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개발 속도가 둔화됨에 따라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것보다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주어져 있는 것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시설물의 가치가 결정된다. 최근에 서울시는 전임자가 수립했던 것들을 모조리 다시 꺼내와서 사업을 재개하고 있다. 그렇게 열심히 비난하던 사업들을 되살린 것은 이제야 그 필요성을 느껴서인지, 우선순위의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판단하고 여유분으로 투자를 하는 것인지, 혹은 선거가 다가와서인지 알 수 없다. 다만, 단체장의 정치 이념과 상관없이 이미 어느 정도 시행이 되어버린 사업들을 잘 마무리하고 이용하겠다는 점에서 좋은 결정이라고 보며, 어떤 프로젝트든 간에 탄탄하고 신중한 연계 계획을 수립하고 또 사후 관리를 확실하게 해서 투자한 비용만큼 도시의 발전에 기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30 서울플랜에서 서울을 종로 1도심에서 종로(4대문안), 여의도(영등포), 강남(영동) 3도심 체제로 바꾼다고 한다. 이 세 곳을 중심으로 한 다핵 체제는 그리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70~80년대 한창 건설 붐이 일고 있을 당시 종로 지역만을 커버하던 지하철 1호선에 비해 2호선이 논밭뿐이었던 드넓은 강남 지역을 큰 원을 그리며 돌게 된 것은 다 이유가 있어서였다. 구자춘 시장 시절 구도심의 극심한 포화상태로 인해 이미 3핵 구조로 생각을 바꾸었고, 그 개발 계획의 결과로 지금의 여의도와 강남을 이루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다소 새삼스러운 도심 재편 소식이다. 애초에 서울이라는 초대형 도시에서 너 도심, 너 부도심 이렇게 정해서 인위적으로 집중개발을 한다는 것은 산업화 시대에나 나올 이야기 같지 않은가. 이제 도심이라는 타이틀은 네이밍의 문제이지 초이스의 문제가 아니다.
세종특별자치시라는 이름으로 충청남도 동쪽의 양지바른 곳에 2012년 새로 탄생한 행정중심복합도시 역시 70년대에 나온 구상이었다. 군사정권 시절에 과밀 해소와 안보적인 이유로 꽤 긴 시간의 계획과 야심찬 설계를 거쳐 행정수도를 지금의 세종시 인근으로 옮기려 했었지만 정권이 갑자기 바뀌면서 흐지부지된 바 있다.
이처럼 한국의 도시문제에 대한 대응은 꽤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인구 1000만이 넘는 지금보다 도시 기반이 채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인구가 십만 단위로 폭증하던 시기에 우리는 훨씬 심한 교통체증과 환경오염 같은 도시문제들을 겪어 왔으니 당연한 이야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 또 그들을 현실에 맞게 보완한 대안들이 수없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 중에서 큼직큼직한 것들은 실현이 되기까지 많은 세월이 걸렸다. 세종시나 서울 3도심화 역시 지금에 이르러서야 가시적인 결과가 나타나서 얼핏 보면 최근에 계획된 것이라 생각하기 쉬운 것 같다. 그래서 도시계획과 관련된 정책을 가지고 마치 현 정권-이전 정권 혹은 현 시정-이전 시정 구도로 책임이 어디에 있다는 둥, 예산낭비라는 둥 반반 갈려 대립하기도 하는데, 우리는 단순히 작금의 권력의 향방에 기인한 섣부른 평가보다 그 배경을 더 알아보고 논할 필요가 있다.
한강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고자 하는 구상도 최근 두 시정 사이에서 말이 많았다. 그러나 한강에 제방을 본격적으로 쌓은 것이 1960년대이고 그 위에 유람선을 띄운 것은 1980년대이다. 수십 년에 걸쳐서 지속적으로 나오는 개발 사업들은 대부분 '필연적으로 언젠가 하기는 해야 할' 것들인 경우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업적 쌓기 식으로 단기에 그것을 끝내버리려 해서는 곤란하겠지만 정치놀음에 시민의 숙원사업들이 진전도 없이 표류하는 사태가 발생해서도 안 되겠다.
치수. 요순시대까지 거론하는 것이 조금 우습다만 물을 관리하는 것은 상고시대부터 인간 사회를 다스리기 위해 최우선으로 두었던 과제였다. 하지만 토목 분야에서 첨단을 달리는 2010년대에도 우리의 최고 도시 서울은 여름 물난리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적어도 이런 기본적인 것들에 관해서는 정치 싸움이 가미되지 않도록 철저히 분리해 놓아야 하지 않겠는가.
배경적 설명도 없이 자신의 업적인 것처럼 하려는 것도 문제지만 그것보다 우리가 동시대의 시민으로서 이런 것들에 관심을 좀 더 가지고 왜 필요한지, 왜 해서는 안 될 일인지를 제삼자인 연구 기관이나 이전의 기록들을 통해 객관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청계천이 과연 산업화 이전 조선시대엔 맑고 깨끗했는지, 그 자연하천을 덮어 고가화 했다가 다시 열어 인공화 시킨 것 때문에 생태계가 파괴된 것인지 그 여부를 우리는 대단한 노력 없이도 찾아볼 수가 있다. 옛 일들을 모조리 기억해낼 수는 없겠지만 먼저 기본적 배경은 알아보고 판단을 해야 한다. 계획가가 지녀야 할 사명감과 시민들이 가져야 할 책임의식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막막한 논란 속에서도 정치논리에 휩쓸리지 않고 숲을 본다면 당면한 도시문제들에 대한 유연하면서도 일관된 시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